[CEO에게 듣는다-⑥ 한신정평가 이용희 부회장] “정부신용 송곳 평가 돌풍… 5년 내 40개국 목표”

입력 2011-07-19 21:32


지난 4월 금융계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한국의 작은 신용평가사 하나가 아시아 5개국과 남미 1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 신용평가는 해당 국가의 신용평가와 같다. 그동안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3개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정부 신용평가 시장에서만큼은 다른 신흥주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시장국 중심으로 정부 신용평가 시장에 뛰어든 게 한신정평가㈜이다. 19일 한신정평가 이용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어떤 편견과 선입견 없이 각국 정부의 현황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부회장은 2007년 11월 정부 신용평가사업을 추진키 위해 한신정평가를 설립했다. 한신정평가는 2008년 매출 256억원, 순이익 38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309억원, 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3년 만에 순이익을 배 가까이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받은 그는 올해 초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신용평가 2개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이색 기록’을 세운 셈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한국신용정보는 20여년간 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어 가고 있었다”면서 “취임 이후 퇴직금누진제 폐지, 성과평가제도 도입 등의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신용정보에서 평가사업을 분리해 한신정평가를 설립, 2009년에는 마침내 국내 평가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됐다”면서 “이어 올해 국내 최초로 정부 신용등급 평가를 발표하면서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처음 시도한 정부 신용등급 평가의 성과로 브라질 정부를 꼽았다. 브라질 정부는 글로벌 신평사들로부터 BBB마이너스 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한신정평가는 브라질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 최초로 BBB제로 등급을 매겼고, 올해 피치와 무디스도 같은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부회장은 “브라질이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스타이긴 하지만 정책금리가 12.25%에 이르는 등 초 인플레이션 압력이 만연되다 보니 좋은 등급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나아가는 방향이 긍정적이고 인프라도 보강되고 있어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매겼고, 곧 다른 신평사들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정부 신용등급 평가는 평가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요청이 있어야 시작된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과 브라질 정부가 신용평가를 의뢰한 것은 신흥시장국에 대한 기존 글로벌 신평사들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정평가는 올해 5∼6개국을 추가하는 등 5년 안에 동남아·중남미·유럽 등 약 40여개국의 정부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신평사들은 그동안 선진국 중심의 평가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편견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붕괴됐던 아이슬란드에 대해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해왔던 게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이 높다고 해서 그 나라의 재정이 탄탄한 게 아니다”면서 “채무 등의 재정 건전성, 조세수입 유지 가능성 등의 경제 안정성, 포퓰리즘 정책을 탈피한 정책적 안정성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신용평가의 최종 목적 중 하나는 각국 정부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해당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신정평가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자본시장에는 유동성은 넘치지만 괜찮은 투자처가 거의 없다”면서 “국내 투자은행(IB)업계가 해외 정부의 기채를 주선하고 한국투자자가 투자하는 그림이 나올 때 우리 사업도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옛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과 주 OECD 대표부 공사 등을 지냈다.

이용희 부회장은

△충북 충주 출생 △14회 행정고시 합격 △1974년 서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 △1998년 경제기획원 대외경제과장 △2000년 대통령실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장 △2006년 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 사장 △2007년 한신정평가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한신정평가 주식회사 대표이사 부회장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