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총통’ 밀매시도 일당 덜미… 태안서 해삼채취하다 도굴

입력 2011-07-19 18:25

바다에 묻혀 있던 보물급 유물인 승자총통(勝字銃筒)을 몰래 캐내 수억원을 받고 팔아넘기려 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바다에 매장된 문화재를 불법 도굴해 시중에 판매하려 한 혐의(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잠수부 오모(43)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씨 등은 2009년 11월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부근 앞 바다에서 해삼을 채취하다가 바닥에 묻혀있던 승자총통과 고려시대 청자 접시 등 유물 16점을 도굴한 혐의다.

이들은 도굴한 유물들을 팔아넘기기 위해 충남 서산 간월도리의 공터에서 두 차례 골동품 상인을 만나 판매를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에 발각될 것을 우려한 골동품 상인들이 쉽게 거래를 하지 않자 이들은 유물들을 수산물 유통업자 조모(48)씨에게 건네 경기 평택에 있는 수산물 가공 사업장과 아파트 장롱 등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승자총통은 조선 전기에 만들어져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휴대용 화기(火器)다. 이들이 도굴한 승자총통은 몸통에 ‘만력 계미 십월일(萬曆 癸未 十月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 158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규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은 “이번에 회수된 승자총통은 보물 855호로 지정된 ‘차승자총통(次勝字銃筒)’보다도 5년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굴한 유물 16점을 회수 조치했고 문화재청은 추가 발굴 작업을 펼쳐 117점을 발굴했다.

승자총통 등이 발굴된 지역은 과거 수도권과 중국으로 향하는 배가 지나던 곳으로 인근 화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묻혀있던 유물이 드러난 것으로 경찰과 문화재 당국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물급 문화재가 불법으로 국내 유통되거나 외국으로 유출될 뻔했다”면서 “앞으로도 해저유물을 도굴·유통하는 문화재 사범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