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공연계 악습 터질게 터졌다… 세종문화회관 대관비리 얼룩 충격

입력 2011-07-19 18:24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주원)는 19일 공연장 대관 청탁 명목으로 공연기획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최모(54) 세종문화회관 전 공연사업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또 뮤지컬 투자대금·선급금 등 100억원 이상을 횡령·편취한 공연기획업자 최모(47)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대관 청탁을 하거나 투자금을 함께 빼돌린 공연기획업자 신모(51)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세종문화회관 공연장을 빌려주겠다며 공연기획업자 임모(41)씨로부터 4차례 42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최 전 본부장은 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대관 실무자에게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대해 대관료를 받지 않는 기획대관을 해줄 것을 부탁해 대관이 성사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최 전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담당자로 있으면서 한 공연기획사의 이사로 겸직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공연기획업자 최씨는 펀드매니저 권모(39)씨와 함께 2007년 4월부터 그해 10월까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투자금 가운데 72억여원을 빼돌려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그는 또 이듬해인 2008년 말부터 2009년 2월까지 세종문화회관과 티켓 예매 업체로부터 받은 선급금 17억여원도 빼돌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다른 공연기획업자와 공모해 뮤지컬 ‘미션’의 투자금 가운데 약 46억원을 가로챘고 가수 조용필씨의 콘서트 투자금과 수익금 가운데 47억여원을 횡령하는 등 4년간 184억원을 가로챘다.

검찰은 최씨가 빼돌린 돈의 80% 정도를 이전 공연에서 발생한 손실액 보전과 다음 공연의 투자금 명목으로 사용해 ‘돌려막기’ 공연기획을 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금액은 최씨 개인 채무 변제와 부동산 구입대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비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공연장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대형 극장 관계자들이 기획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해온 관행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높은 관객 선호도와 지명도, 공연 검증에 대한 신뢰 등으로 4∼5대 1 정도의 높은 대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직원이 콘서트 공연장을 대관해주는 조건으로 가수 이소라 측에 3000만원가량의 웃돈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대관을 승인하면서 규정에 정해진 마감일 이후에 계약금을 납부한 두 기획사의 편의를 봐준 의혹도 받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비리는 옛날부터 소문이 파다했던 공연계의 악습”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공연기획업자들이 대형 공연을 추진하면서 투자금을 가로채거나 횡령해 공연의 질이 저하됐다”며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은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문화 수요를 향유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