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李대통령, 경제·외교 잘하는데 정치는 못해”

입력 2011-07-19 18:17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외교 등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정치를 못한다”고 공개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대표는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당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열린 ‘한나라포럼 특강’에서 “이 대통령이 밤 12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되는 원인은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CEO 출신이다 보니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면서 “여의도 정치인들을 탁상공론하는 사람들, 귀찮은 사람들로 보고 3년반 동안 여의도를 멀리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영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나 혼자 갈 테니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으론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은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며 “믿을 만한 사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하는 사람, 따라갈 만한 사람을 데리고 정치를 해야지 국민들이 따라가는데 이 정부 초기부터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할 때마다 낙마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홍 대표의 예상치 못했던 발언에 청와대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에게 의견을 말할 통로가 얼마든지 열려 있는데 굳이 공개석상에서 비판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3일 대통령과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뭐가 안 되니까 저러는 것처럼 비칠 수가 있다”며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홍 대표께서 한두 번 저런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공식)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당 쇄신파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조해진 의원은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홍 대표가 대통령의 정무적인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선의’이지,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폄하하려고 했던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당 대표의 언행에 당원들이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이명박계 일부와 당직 인선 파동에서 홍 대표에게 불만이 누적된 인사들은 이번 발언을 문제 삼겠다는 분위기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당 핵심인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대통령의 인사·정치·국정조정 능력을 비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홍준표식 좌충우돌식’ 발언은 당을 어지럽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특보직도 사임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는 특정 부분에 어떤 말을 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180도 다른 말을 해 문제”라며 “당 대표는 본인이 한 얘기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대표가 대통령 인사문제를 심하게 비판했는데, 본인의 (당직) 인사도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한장희 남도영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