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 일파만파… 청문회 출석 머독 ‘퇴진설’
입력 2011-07-20 00:51
19일(현지시간) 오후 개최된 영국 하원의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 청문회에 호주 출신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 뉴스인터내셔널 회장 등이 출석했다. ‘미디어 황제’ 머독이 영국에서 40년 넘게 언론을 소유해 오면서 의회 청문회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머독은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 “오늘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머독 부자는 청문회에서 해킹이 벌어진 사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낸 뒤 기자들의 해킹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머독이 미국 법인인 뉴스코프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통신은 뉴스코프가 머독을 퇴진시키고 체이스 캐리 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CEO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도청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일 하원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그는 런던경찰청장과 치안감이 잇따라 사임하고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19일 귀국했다.
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해킹 사건을 처음 폭로했던 내부 고발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BC 방송은 일요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의 전직 기자 션 호어(47·사진)가 런던 북부 허트퍼드셔 와퍼드 자택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호어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NoW가 인정한 것보다 해킹 행위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폭로했던 인물이다. 그는 특히 NoW 편집장을 지낸 뒤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를 맡았다가 사임한 앤디 쿨슨이 편집장으로 있었을 당시 자신에게 해킹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허트퍼드셔 경찰 대변인은 “사인은 불분명하지만 일단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호어가 해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데 따른 부담감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