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병, 총기탈취·총격 상황 상세히 재연

입력 2011-07-19 18:11


19일 오전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경계부대에서 비공개로 실시된 지난 4일 총격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에는 피의자 김모(19) 상병과 정모(20) 이병, 수사 관계자, 희생자 유족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가 참여했다.

오전 8시30분쯤 강화군 길상면 해병2사단 8연대 소속 부대 정문 앞. 상사와 동료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던 김 상병이 하얀 모자와 환자복 하의,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왼쪽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구급차에서 내렸다. 김 상병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이병은 군복차림에 손목에 수갑을 찬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해병대 사령부 검찰요원들과 해군본부 수사본부 요원들이 현장검증을 시작했다. 먼저 김 상병의 범행 과정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그는 사건 당일 새벽에 일어나 동료 병사와 탁구를 치고 식당에서 동료들이 담소하는 것을 본 뒤 생활관 뒤편 창고로 몰래 들어가 총기를 훔치는 과정과 생활관 안에서 동료들에게 총격을 가한 상황을 담담하게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에 참여했던 수사관은 “김 상병이 진술한 순서대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중간에 잠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장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과학수사’라고 쓰여진 조끼를 입은 헌병과 사복차림의 수사관들이 생활관 안팎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 이병은 김 상병과 생활관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부분부터 재연했다. 수사과정에서 김 상병과 정 이병의 진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을 각각 분리해 따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유가족들은 총격이 가해졌던 생활관 바깥에서 두 사람의 범행 재연 과정을 묵묵히 지켜봤다. 정 이병의 변호인 김인숙 변호사는 “유족들이 무척 힘들었을 텐데 별 말 없이 현장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2시간30여분에 걸친 현장검증이 끝난 뒤 김 상병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져 부대를 빠져나갔다.

해병대 검찰단은 이번 현장검증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추가로 다른 부대원들을 참여시켜 가혹행위 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김 상병과 정 이병에 대한 기소 여부는 현장검증에 대한 검토 작업 등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