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자산관리 ‘자문형 신탁’ 아시나요
입력 2011-07-19 17:57
과거 시중은행은 예·적금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 상품만을 운영해왔다. 이후 주식형 펀드 등 일부 공격적인 투자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지만 고수익을 노리는 고객들에게는 여전히 증권사의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에 못 미치는 취급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는 안정적인 예·적금을, 증권사에서는 공격적인 자문형 랩 상품을 병행하며 분산투자를 하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달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증권사의 자문형 랩과 똑같은 ‘자문형 신탁(자문형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내놓으면서 은행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현재 4개 은행에서 이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아직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은행들도 시장에 내놓을 타이밍만을 따져보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한 곳에서 ‘원 스톱’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만큼 이들 상품의 특징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1일 가장먼저 자문형 신탁 상품을 내놓은 국민은행의 경우 지금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한달간 35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루에 약 12억원씩 상품에 가입한 셈이다. 당초 기대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첫 상품 치고는 ‘중박’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00만원 이상 개인 또는 법인 고객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최소 신탁 기간은 5년, 이후 1년씩 연장이 가능하다. 상장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며 주식 편입비율이 0∼100%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편입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중도해지가 가능하며 중도해지 수수료는 없다.
다만 은행 고객이 비교적 안전자산 선호 성향임을 감안해 가입시 일반투자자 투자정보 확인서 설문 상 ‘공격 투자형’으로 인정받은 고객만 가입시키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안정형’ 투자성향으로 나타난 고객은 본인이 원하더라도 자문형 신탁상품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고객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신한프리미어 자문형신탁’ 상품은 1억원 이상 가입이 가능하며 추가 불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가입기간은 3년이되 연장이 가능하다. 투자자문사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5가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 ‘액티브(active)’형 상품 2종을, 시장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자산배분형 상품을, 저평가주에 장기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겐 가치주형 상품 2종을 권한다. 일시적인 주식운용 중단요청, 일부 주식 매도 요청 또는 중도해지 등의 고객 요청에 따라 개별 운용도 가능하다. 특히 증권사의 자문형 랩이 통상 10개 내외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는 반면, 이 상품은 20개 내외로 투자 폭을 넓혔으며 단일 업종에 대한 집중 투자도 금기시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같은 날 상품을 내놓은 외환은행의 경우 1억원 이상, 기간은 3년 이상 계약이 가능하다. 일대일 고객 자산관리가 가능토록 단독 운용하고 있으며 8개 자문사로부터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비해두고 있다.
타행에 비해 늦은 지난 11일 ‘NH 채움 노블레스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내놓은 농협은 5000만원 이상,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을 받고 있다. 최소 계약 기간은 3년. 농협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실적을 지켜본 뒤 주식 편입 비중이 30% 이내로 운용되는 혼합형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자문형 랩 수탁고는 지난해 3월 6519억원에서 지난 5월말 8조6000억원으로 8조원 가까이 급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주가지수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성향의 은행 고객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투자 타이밍을 묻는 문의전화가 집중되고 있어 하반기쯤에는 증권사 실적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