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선 ‘메로’ 남획 국제 망신… 국제기구에 4년연속 적발

입력 2011-07-19 18:26


한국 원양어선이 세계적 보호종인 ‘파타고니아 이빨고기’(일명 메로·사진)를 남획하고 있다. 마구잡이 어획으로 국제 기구에 4년 연속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계속된 경고에도 올해 다시 제한 어획량을 3배 이상 초과해 어획 쿼터 축소 등 강력한 국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할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위반 사실을 보고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

19일 농식품부,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남극보호연합에 따르면 인성실업 소속 인성7호는 지난 2월 남극해의 한 해구에서 메로 135t을 낚았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이 정한 이 구역의 제한 어획량(40t)을 3.37배나 넘은 수치다.

인성7호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 남획으로 적발됐다.

메로는 수심 1500m 남극 수역에만 서식한다. ㎏당 2만5000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어종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남극해 조업에 뛰어들었다. 멸종을 우려한 국제사회는 보존위원회를 중심으로 남극 수역에서 과학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시험 조업만 허용하고 있다.

보존위원회는 해구 별로 잡을 수 있는 총 어획량과 국가별 어선 수를 정하고 있다. 메로 개체수를 확인하기 위해 100마리를 낚을 때마다 의무적으로 3마리에 꼬리표를 달아 풀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어선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표지 부착방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각 어선에는 보존위원회 소속 감시원이 함께 타는데 한국 어선들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작은 고기에만 꼬리표를 달아 방류했다. 시험 조업의 전제조건조차 지키지 않은 사실상의 상업조업 행위인 셈이다.

또 한국 어선들은 2009년에는 박스 포장용 플라스틱 밴드를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밴드는 해양오염 우려 탓에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심각한 규정 위반이 반복되자 보존위원회 회원국들은 한국 정부에 불만을 제기했다. 농식품부와 외교통상부는 “선원들이 복잡한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단순실수”라며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했다. 정부는 지적사항이 제기될 때마다 철저한 교육과 의무 이행을 약속했지만 위반은 되풀이됐다.

비난 여론이 높자 우리 정부는 올해 보존위원회가 주최하는 남극 생태계 모니터링 작업반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회의는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다시 위반사항이 보고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양산업발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해당 어선의 어업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