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 평화와 공존 위한 사랑을 논하다… 기독교·유대교·이슬람 다양한 신앙의 지구촌 젊은이 23명
입력 2011-07-19 17:49
종교 간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세계교회협의회(WCC) 홈페이지에 게재된 종교 간 평화를 모색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웨덴 기독청년 샬로트 린데가 대학 진학에 앞서 세계 탐방길에 오른 이야기다. 그는 중국, 동남아를 거쳐 올 초 중동을 찾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도 방문했다. 서로 다른 종교가 바짝 이웃해 있지만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종교는 평화의 도구가 아닌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서로 다른 종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스웨덴 교회의 담임목사는 린데에게 한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린데는 지난 4일부터 스위스 보세이의 에큐메니컬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는 ‘종교 간 공동체 세우기’ 여름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린데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신앙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가진 신앙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며 “스웨덴으로 돌아가면 내가 배운 것들을 교회 사람들에게 잘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9일까지 ‘평화의 도구로서의 종교’라는 부제로 열리는 이번 연수엔 라틴아메리카, 동·서 유럽, 중동, 아시아, 호주 등 10여개 나라에서 23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종교적 배경도 다양하다. 기독교 10명, 이슬람 7명, 유대교 6명이다. 랍비, 교수, WCC 활동가 등이 강사로 참여해 각각 유대교와 이슬람, 기독교에 대해 설명한다. ‘종교와 폭력’ ‘다름의 이해’ ‘다문화 속에서 정체성 찾기’ 등의 강의와 토론을 통해 참석자들은 종교 간 공존과 평화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게 된다.
호주에서 참가한 모하메드 아자리는 “함께 지내며 대화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용을 넘어 서로를 인간 그대로 인정하게 됐다”며 “타종교의 문화와 세계관을 통해 나의 신념이 더 굳건해졌다”고 고백했다. 이스라엘의 다니엘르 안테비도 “다른 수많은 나라의 청년들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고 그들과 교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46년 설립된 에큐메니컬연구원은 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한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신도와 목회자 등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수개월짜리 과정을 비롯해 석·박사학위 과정도 개설했다. 종교 간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자 5년 전부터 여름 연수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인사로는 박경조 성공회 주교(1981년),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1989년) 등이 에큐메니컬연구원의 교회 연합과 일치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에큐메니컬연구원의 여름연수는 종교 간 대화와 교회 연합, 일치에 관심 있는 25∼35세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bossey.ch).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