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아동 2명 품어안은 이재순 목사 부부 “떠난 친부모까지 용서할 수 있는 딸로 키울 것”

입력 2011-07-19 21:04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가정경제의 파산과 이혼, 자살 등으로 가족 해체 현상이 나타났다. 많은 어린이들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에 내던져졌다. 이듬해 전미송(57) 사모가 서울시 고척동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가혜(14·가명)와 혜진(13·가명)이가 각자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찾아왔다.

“가혜 아빠는 이혼 후 방 얻을 돈을 마련할 동안만 아이들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혜진이 아빠도 친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며 잠시만 맡아주면 안 되냐고 하더군요. 미혼부 자녀였죠.”

두 아이의 아빠는 간간이 찾아와 딸과 시간을 보냈다. 꼭 다시 데려가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러나 2∼3년이 지나 그들은 양육에 대한 책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당장 고아원에 보내라고 했다. 전 사모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두 번 버림받는 아픔을 줄 순 없었어요.”

그때 남편 이재순(62·서울 주님의 동산교회) 목사가 가혜와 혜진이의 양육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두 아이를 맡기신 것 같아. 이제부터 당신이 얘들 엄마 하고 내가 아빠 하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컸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지 않고 사라져 교육과 의료제도 혜택을 받는 데 걸림돌도 많았다. 이 목사 부부는 솔직하게 아이들을 대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부모가 떠난 사정을 설명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친부모의 사정을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조건 없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의지할 수 있는 새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줬다. 이 목사의 고등학생 친아들과 딸도 가혜와 혜진이를 친동생 대하듯 보살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가정위탁센터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교육,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은 여전히 부모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가혜는 학교에서 ‘진짜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 전 사모는 가혜의 글을 보고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 ‘진짜 가족은 어렵고 힘들 때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잘못도 용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딸들의 양육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저희는 계속 아이들 곁에 있을 겁니다. 우리 가혜와 혜진이가 누구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도하면서 말이죠.”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