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규영]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는 유럽의 눈
입력 2011-07-19 19:45
지난 7일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속담에 ‘삼세번’이란 말처럼 두 차례 유치 실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한국인임을 보여주는 쾌거였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대회 유치는 국위를 선양하고, 각종 마케팅을 통해 국가산업을 진흥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최국에 대한 이미지뿐 아니라 관심을 이끄는 직접적 계기가 된다.
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독일에 유학 중이었고, 덕분에 세미나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서울올림픽을 통해 독일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의 한국이 독일인들에게 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은 세계 각국에 한국의 이미지와 국력을 알리고 국운 상승을 다시금 모색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끈기와 집념 돋보여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우리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일까? 우선 한국인의 창의성과 역동성 및 비전을 한 곳으로 집약시키는 기회가 된다. 독일 언론들은 뮌헨시민 중 87%가 뮌헨 유치에 찬성한 반면, 한국 국민들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모두의 공동 관심사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현지 득표활동은 많은 IOC 위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일부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재정부담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준비기간과 경기 이후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는 고양된다. 국내 S, H, K기업 등 일부 대기업의 IOC, 국제축구연맹(FIFA), 평창올림픽에 대한 후원 역시 개최 성공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한국과 국내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동시에 국부창출의 바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한반도의 평화적 안정에도 기여한다.
둘째로 독일 언론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한국의 ‘끈기’와 ‘집념’을 높이 평가한다. 두 차례의 유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국국민은 다시 일어서는 민족이며, ‘매우 겸손한 자세로 여러분의 지지를 간청한다’는 메시지 발표는 올림픽 위원들에게 아시아 특유의 ‘겸손’으로 비추어졌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이를 보완하면서, 이전 유치노력에서 약속했던 내용을 철저히 이행하는 성실함은 한국인 특유의 자랑스러운 유전인자이다.
셋째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유럽인들의 ‘자민족 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극복의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은 유럽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여전히 배우려 한다. 유럽을 이끄는 두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이다. 두 나라와 경쟁하여 승리한 것은 한국과 한국인의 저력 역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개최지가 결정되기 직전 프랑스는 극적 반전을 기대하였고, 독일 언론은 뮌헨 58%, 평창 19%, 안시 3%, 기권 26%로 자국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럼에도 독일은 밴쿠버와 소치처럼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에 역점을 두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유치단은 상대방의 전략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1차 투표에 전력을 다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유치에 성공하였다. 더 많은 인류를 포용하는 우수한 슬로건인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은 ‘우정의 축제’와 ‘눈, 얼음 그리고 당신’을 압도하면서 IOC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친환경적인 올림픽 돼야
마지막으로 평창올림픽에 대한 독일의 비판적 시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뮌헨은 올림픽 시설들이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국제 스포츠계가 ‘금전과 콘크리트’를 앞세워 소치, 카타르에 이어 평창을 개최지로 결정한 것에 불만을 제기한다. 평창올림픽 시설들을 국내 대기업들이 합세하여 만드는 ‘인공도시’라는 비판에 유념하여 2018년 이후에도 친환경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규영 (서강대 교수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