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사진 조작까지 하며 구걸하나

입력 2011-07-19 19:44

북한이 홍수 장면이라며 배포한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AP통신이 밝혔다. AP통신은 조선중앙통신으로부터 제공받아 세계에 전송한 대동강 홍수 사진이 ‘디지털 방식으로 변형됐으며 실제 장면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에 ‘사진 삭제(photo kill)’를 요청했다. 조선중앙통신이 100%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 언론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조작된 거짓 수해 정보를 외부에 내보냈다는 얘기가 된다. 세상에는 이런 비상식적인 나라도 있음을 북한은 또 다시 보여준 셈이다.

북한이 사진을 조작한 이유는 뻔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듯 홍수 피해를 과장해 국제사회의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조작된 사진을 내보이며 수해 지원을 호소한다면 최소한의 진실성마저 상실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북한 주장을 믿고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을까.

당초 수해 규모를 놓고 스스로 오락가락한 북한의 행태부터 가당찮다. 지난달 말 태풍 메아리가 닥쳤을 때는 ‘이번 비는 농사에 복(福)비’라고 보도했으나 그 뒤부터는 메아리를 포함해 장맛비 피해가 크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 왔다. 한 박자 늦게 수해를 과대 포장하는 게 국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가시적 증거물로 문제의 사진을 제시해 서방 언론을 이용하려 했지만 바로 그 서방 언론에 의해 속임수가 들통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수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상황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 식량 사정이 예년에 비해 그렇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터 휴스 북한 주재 영국 대사도 지난달 “(북한에) 심각한 기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식량난과 수해를 빙자한 북한의 지원 요청은 정부 당국자 지적대로 내년 ‘강성대국’ 행사 비축용일 가능성이 크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돈을 마구 쓰면서 인민의 민생은 구걸로 해결하려 하고, 서방 언론에 문호를 개방하는 척하면서 관영 언론처럼 이용하려는 북한의 한심함이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