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아동 돌보는 이재순 목사 부부

입력 2011-07-27 10:34


[미션라이프] IMF 경제위기로 암울하던 90년대 말, 이혼과 자살로 가족의 해체가 늘어갔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서진 가정의 울타리 너머 세상에 내던져 졌다.

전미송(57)사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가혜(13.가명)와 혜진(12.가명)이가 찾아온 것도 그 즈음 이었다.

“가혜 아빠는 이혼 후 방 얻을 돈을 마련할 동안 만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어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혜진이는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친가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해서 아이 아빠가 데리고 왔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들은 간간히 찾아와 딸과 시간을 보냈다. 꼭 다시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양육에 대한 책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당장 고아원에 보내라고 했다. 전 사모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두 번 버림받는 아픔을 줄 순 없었어요.”

그때 남편 이재순(62·서울 주님의 동산교회)목사가 가혜와 혜진이의 양육을 제안했다.

“아무래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것 같아. 이제부터 당신이 얘들 엄마하고 내가 아빠하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친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가야 했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지 않고 사라져 제도상 걸림돌도 많았다.

이 목사 부부는 ‘솔직하게’ 아이들을 대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친 부모가 떠난 사정을 설명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친부모의 사정을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조건 없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의지할 수 있는 새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이 목사 부부의 친 아들과 딸도 가혜와 혜진이를 친동생 대하듯 보살폈다. 제도상 문제는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에서 운영하는 서울가정위탁센터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교육, 의료 혜택을 받도록 했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은 여전히 친 부모를 그리워한다. 정상적인 가족을 볼때 면 부러워한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가혜는 학교에서 ‘진짜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상을 받았다.

그 내용은 ‘진짜 가족은 어렵고 힘들 때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잘못도 용서할 수 있다’이다.

전 사모는 가혜의 글을 보고 “저희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 용서의 씨앗을 품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너무 감사 드렸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딸들의 양육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저희 부부는 계속해서 아이들 곁에 있을 겁니다. 우리 가혜와 혜진이가 누구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도하면서 말이죠.”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