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오빠’와 인순이, 38년만에 재회… 따돌림 당하던 소녀 옷 사주며 위로

입력 2011-07-18 21:36

1972년 15세 소녀와 19세 미군 병사는 경기도 동두천시 미군기지에서 처음 만났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 소녀에게 미군 병사는 큰 힘이 됐다. 그의 이름은 로널드 루이스. 동두천 제2보병사단에 근무했다. 루이스가 본 소녀의 첫 인상은 ‘늘 외롭게 혼자 앉아 있는 아이’였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소녀에게 입을 만한 옷을 주면서 위로했다. 소녀에게 너무나 자상했던 ‘미군 오빠’였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루이스가 1년 후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소녀는 커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성장했다. ‘인순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히 성공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그는 미군 오빠를 찾았지만 매번 허사였다.

기적은 38년 만에 일어났다. 한 미군 장성과 페이스북의 도움으로 최근 그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었다. 미국 순회공연을 계기로 마침내 델라웨어주 노스이스턴 윌밍턴에 살고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옛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가수 인순이(54)가 어린시절 자신에게 도움을 준 루이스와 감격의 재회를 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순이는 “그를 찾게 돼 무척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그의 눈빛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그가 늘 나를 걱정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이날 루이스에게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오리 7마리가 그려진 조각상을 선물했다. 조각상에는 ‘당신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Without You, I Am Nothing)’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