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X 정비시스템 전면 재점검 필요하다
입력 2011-07-18 19:00
KTX가 또 심상찮다. 올 초부터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다가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최근 3일 사이 3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잦은 운행차질이 대형사고로 연결되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KTX 사고는 올 들어서만 36차례 일어났다. 냉방장치 이상처럼 상대적으로 경미한 고장이나 장애에서부터 지난 주말 김천 황악터널의 경우처럼 열차가 터널이나 교각 위에 멈춰서는 심각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지난 2월 광명역 일직터널에서는 첫 탈선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원인도 동력장치, 제동장치 고장에 통신장애 등 전방위적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지난 4월 항공기 수준의 정비체계를 올해 말까지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차량 정비 시 이력관리 부품 수를 3배 늘리고, 고장이 잦은 11개 부품도 전량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약속이 무색하게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사고뭉치 KTX에 대해 전면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코레일이나 KTX 제작업체인 현대로템도 뼈를 깎는 각오로 강도 높은 자체점검에 들어가야 마땅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말 개통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이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열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역사에 빗물이 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는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건 90주년을 앞두고 공기를 2년 앞당긴 졸속 추진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4년 4월 개통된 우리 고속철은 자랑거리다. 세계 4번째 자체기술로 개발한 ‘산천’에 코레일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개통 7년을 훌쩍 넘긴 이제는 긍지에 걸맞게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치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고속철 해외수출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탑승객 수나 최고속도 측면에서 KTX의 안전성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잦은 사고가 대형 재난영화의 예고편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