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현숙] 고령자에게 안전한 집
입력 2011-07-18 19:05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70년 99만명에 불과했으나 2026년에는 20.8%에 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고령화는 노인성 장애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령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특별한 배려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로 2010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65세 이상 고령자의 안전사고 1422건 가운데 48.8%가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곳인 집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런 실태를 통해 고령자들이 거주하는 주택내부 시설에 대한 기준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령자의 안전사고는 치료비 부담문제뿐 아니라 건강 회복에 장기간 소요되고 사고 후에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회적 부담을 초래하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부담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고령자를 위한 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주택은 매우 부족하다.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공공임대주택에서도 고령자용 비상벨, 미끄럼방지 등의 시설을 갖춘 주택비율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주택은 이들의 신체특성에 맞게 단위주택 내부의 현관, 복도, 거실, 침실, 욕실과 화장실, 부엌과 식당, 발코니 등의 공간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령자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한 주거생활을 위해서는 시설기준 뿐 아니라 적정한 면적이 확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자 중 휠체어 등의 보장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휠체어 회전반경을 고려한 추가적인 주거 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안전을 고려한 시설과 면적 기준에 적합하게 기존 주택을 개조하기 위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의 87.4%는 현재 집에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주택의 개조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89.4%로 높다. 이같은 현실에서 현재 주택에서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택 안전기준에 맞는 개조비용을 국가가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가 고령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자들이 안전한 주택에 거주함으로써 안전사고 비율이 감소하면 고령자 본인의 건강한 생활유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의료비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70년대 초반에 최저주거기준과 유도주거기준을 도입하여 운영해왔다. 우리나라도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고령자를 위해 안전을 고려한 시설기준 외에 면적기준도 포함되는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의 적정 주거기준을 마련, 도입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