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IT株… 기운 찾을 날 언제
입력 2011-07-18 18:50
긴 침체를 딛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전기전자(IT) 업종이 최근 다시 주저앉고 있다. 주요 제품 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의 소비심리는 악화돼 있어 당분간 IT업종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IT업종들의 통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57포인트(2.05%) 하락한 7430.84로 거래를 마쳤다. IT 통합지수는 8일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최저치였던 7364.22(지난달 20일)와 100포인트 안쪽으로 가까워졌다. 업종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보다 1만9000원(2.28%) 내린 81만3000원을 기록하며 IT업종 주가의 낙폭을 키웠다. 하이닉스는 4.38% 하락했다.
IT업종은 3월 말 이후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회복 기대감을 높였지만, 다시 하락 추세로 반전하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제적 업황이 나빠 반도체 가격은 업체들이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D램 주력 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의 이달 상순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달 하순보다 0.08달러 하락한 0.84달러다. 이 제품이 출시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9억87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한 것도 하반기 IT업종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공급 증가에 따라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외 업체들이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IT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2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41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9.79% 줄어들 전망이다. 순이익도 39.11%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144억원의 영업이익과 498억원의 순이익이 추정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01%, 91.18%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들은 IT업종에 당분간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점진적인 회복을 전망했다. 상반기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지연됐던 IT 신제품들의 출시가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 일단 희망적이라는 분석이다.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신제품이 차례대로 출시돼 경쟁이 치열해지면 실수요가 확대돼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IT업종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 국내에서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삼성증권 김도한 연구원은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다”며 “IT업종 시장 전망이 일시적으로 어둡지만, 3분기 후반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