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챔프 클라크… 뚜벅뚜벅 20번 도전 마침내 세월을 이겼다

입력 2011-07-18 21:51

‘19전20기’ ‘44년만의 최고령 우승’ ‘아픈 가족사’

올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대런 클라크(43·북아일랜드)는 숱한 화제를 이끌어내며 세계 언론의 중심에 섰다. 모두들 골퍼로서의 전성기를 지났다고 수군거릴 즈음 이웃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몸매로 홀연히 나타나 지난 한주를 자신의 생애 최고의 나날로 만들었다.

1990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2000년대 초반 세계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흘러간 과거일 뿐이었다. 2000년 2월 앤더슨 컨설팅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우승한 것이 그의 골프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21번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3년 이후 무승에 그치다 2008년 유럽투어에서 2승을 따낸 것이 최근의 가장 좋은 모습이었다. 최근 10년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은 고사하고 10위내에 든 적도 없었다.

세계랭킹도 111위에 불과하던 클라크는 18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이번 대회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로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자에게 주는 은제 술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렸다. 세계랭킹도 단숨에 81계단이나 뛴 30위로 급상승했다. 지난해까지 2008년을 제외하고 19차례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했지만 1997년 공동 2위, 2001년 공동 3위가 최고의 성적이었던 그가 마침내 ‘19전20기’를 이뤄낸 것이다.

넉넉한 몸매에 흑맥주를 즐겨하는 그는 43회 생일을 한달 앞두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1967년 44세의 나이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로베르토 데 빈센조(아르헨티나) 다음으로 고령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번 대회에서 홀인원을 곁들이며 공동 22위로 선전한 할아버지 골퍼 톰 왓슨(62·미국)과 함께 나이를 잊게 한 골퍼였다.

하지만 그의 늦깎이 우승 이면에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2006년 8월 유방암을 앓던 아내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2005년과 2006년 병든 아내를 돌보느라 몇 차례 대회에 불참하기도 했던 그는 두 아들을 키우며 투어 생활을 병행했다. 영국 팬들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한 달 뒤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출전한 클라크가 3일 연속 승리를 거두며 유럽의 완승에 앞장섰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인 앨리슨 캠벨과 약혼한 그는 “오늘의 우승은 두 아이를 위한 것이다. 그들도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며 진한 가족애를 나타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