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大入설명회 가보니… ‘입시전쟁’ 高3 학부모 ‘苦3’

입력 2011-07-18 21:55


학부모들의 ‘입시전쟁’도 고3 수험생만큼이나 치열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대입 수시모집을 앞둔 18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2012 대입 수시전형 대비 학부모 진학설명회’가 열렸다. 그러나 정작 주요 대학은 불참해 ‘알맹이 없는 행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설명회엔 이른 오전부터 7000여명의 학부모가 몰렸다. 부모와 함께 설명회장을 찾은 학생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험생 딸과 함께 온 김연숙(52·여)씨는 “딸이 요즘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 입시 열기를 느껴보라고 일부러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정오부터 설명회장 곳곳에서 “자리가 없다”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스크린과 마주보는 ‘명당’ 좌석들이 오전에 이미 꽉 찬 탓이다. 남편과 함께 온 왕지원(48)씨는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까봐 서울 돈암동 집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했는데도 1층엔 못 앉았다”고 말했다.

자리 선점을 위해 오전부터 설명회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미리 준비해 온 김밥과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식사를 때웠다. 찌는 듯한 날씨에 설명회장 내부 냉방마저 신통치 않았다. 차가운 음료를 파는 자판기 앞도 북새통이었다.

오후 2시, 사회를 맡은 시교육청 최진복 교육연구관이 연단에 서자 장내가 일순 조용해졌다.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던 학부모들도 행동을 멈추고 집중했다. 설명회에선 올 대입 수시전형 및 각 학교의 입학사정관 전형, 전략이 소개됐다.

시교육청은 당초 안내책자 8500권과 팸플릿 9000부를 마련했다. 이미 설명회 시작 2시간 전 안내책자 절반가량이 학부모들에게 배포됐다. 직장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안내책자라도 받아가기 위해 설명회장을 찾은 까닭이다. 재수생 딸을 둔 회사원 정모(48)씨는 “안내책자만 받으려고 점심시간을 틈타 잠깐 들렀다”면서 “지난해 입시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 입시 일정은 전년보다 한 달 정도 빠른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올해 대학 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들은 입학 정원의 62.1%에 달하는 23만7000여명을 뽑는다. 게다가 지난 6월 모의수능이 지나치게 쉽게 출제되면서 “올 수능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수시모집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안민옥(49·여)씨는 “재수생 아들이 지난해 정시모집만 노리다 등급이 낮게 나와 가·나·다군에서 모두 탈락했다”며 “올해는 수시모집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엔 수도권 및 지방 주요 4년제 대학 50여곳이 참석해 대학별 부스를 마련하고 홍보책자를 배포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본교 등 주요 대학은 불참했다. 학부모 김상례(54·여)씨는 “주요 대학 3곳이 모두 불참해 실제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형자(54·여)씨도 “고3 아들이 성적이 좋아 상위권 대학을 노리고 있는데 정작 원하는 정보를 못 얻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송현섭 교육연구사는 “참석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대는 ‘이미 자체 입학설명회를 마쳤다’며, 고려대와 연세대 본교는 ‘입학전형 계획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