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자 40%가 용도 외 사용… 가계 빚 상환 불능 등 악성화 우려

입력 2011-07-18 18:36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 사업비 등 다른 용도로 쓰는 비중이 10명 중 4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느는 상황에서 자칫 주택담보대출을 생활자금 등으로 소진해 버릴 경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어 가계부채의 악성화가 우려된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9% 늘면서 15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중 신규 취급액으로 봤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가계의 비율은 지난 3월 기준 전체 대출자의 42%로 지난해 12월(36%)보다 6% 포인트가량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서 3개월 이내에 주택 취득·등기하면 주택 구입 용도로, 그렇지 않으면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본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 중 이를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가계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주택 거래가 부진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분기 평균 연 4.85%로 가계대출금리 연 5.3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신용대출금리 연 6.26%보다는 1.5% 포인트 가까이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내수 부진으로 소득 증가가 둔화된 상황에서 대출자들이 집에 대한 투자가 아닌 소비 목적으로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소진할 경우 가계부채가 더 크게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