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신문 유착 의심 런던 경찰청장 사임… 거론된 캐머런 총리 긴급 의회소집 요청

입력 2011-07-18 21:49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 신문의 전화 해킹·도청 스캔들이 갈수록 전 영국을 뒤흔들고 있다.

‘해킹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와 유착 관계를 의심받던 폴 스티븐슨 런던 경찰청장이 17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스티븐스 청장이 사퇴 연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직접 거론하자, 총리는 의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런던경찰은 2006년 뉴스오브더월드의 해킹 사실이 알려지고도 수사를 사실상 방치해 신문과 유착 의혹이 제기돼 왔다. 스티븐슨은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부편집장 닐 월리스를 런던 경찰청 미디어 전략 고문으로 채용한 것과 관련해 물러났다. 스티븐슨이 월리스가 홍보담당으로 있던 고급 스파를 올해 초 5주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월리스는 지난주 해킹·도청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은 재직 당시 기자들에게 도청을 독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킹을 담당한 기자는 1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쿨슨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데 그쳤다. 이후 쿨슨은 보수당 공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캐머런 총리의 대변인까지 지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초 나흘 일정으로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려던 캐머린 총리는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19일 귀국하기로 했다. 총리는 의회에 도청 스캔들 관련 긴급회의 소집도 요청했다.

앞서 이날 뉴스오브더월드의 사건 당시 편집인이자 모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레베카 브룩스가 휴대전화 해킹과 정보 제공 대가로 경찰에 돈을 준 혐의로 체포됐다. 브룩스는 이날 밤늦게 보석으로 석방됐다. 머독의 아들 제임스가 회장으로 있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이사회도 앞으로 열흘간 회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영국 영화배우 주드 로가 미국에 있을 당시 뉴스오브더월드로부터 도청당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미국에서도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이날 보도했다. 주드 로는 영화 촬영을 위해 뉴욕 JFK 공항에 내렸을 때 자신과 개인 비서의 전화가 도청당했다고 주장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