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총리 “유럽 신용평가사 만들자”… “美 무디스 등 형평잃어 재정위기 조장” 반발
입력 2011-07-18 18:16
“유럽도 신용평가사를 설립할 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공영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미국계 신용평가사가 일부 유럽연합(EU) 국가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여기엔 미 신평사들이 유럽 내 재정위기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는 불만이 녹아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중국 다궁 신평사를 언급하면서 “중국도 자체적으로 신평사를 만들었는데 유럽 역시 설립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지난 6일 “신평사들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독과점하고 있는 구도를 깰 때가 됐다”며 드러내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계 신평사들은 미국 정부 부채 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는 반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훨씬 가혹하게 평가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평가가 그대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무디스가 지난 4일과 12일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이 타결될 경우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를 정크(투자 부적격) 국가로 강등하자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앞서 S&P가 그리스 민간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 만기연장 차환(롤오버) 협상이 시작되자 그리스 국채를 선택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이들 신평사가 유로존 재정위기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이에 EU 내 독자적인 신평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신평사가 잇따라 미국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에 대해서는 뒷북 조치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6일 “국가신용등급을 다루는 유럽 평가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면서 “EU 차원에서 신용평가사를 규제하는 추가 조치를 올 연말쯤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바니어 EU 역내 시장위원도 “신용평가사들이 (유럽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매기는 데 있어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기업이나 상품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 나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