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인 독재자 3인 차베스· 무바라크· 살레 운명은?
입력 2011-07-18 18:17
누군가는 항암 치료를 위해 장기 집권해오던 나라를 떠났고, 또 한 명은 첫 재판을 앞두고 쓰러졌다. 어떤 이는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정권 유지를 위해 귀환한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독재자 3인의 이야기다. 이들은 와병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정국 돌파 방식은 각각이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권력 일부 이양하고 쿠바로 간 차베스=우고 차베스(56)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쿠바에 도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차베스는 쿠바로 떠나기에 앞서 일부 권한을 엘리아스 하우아 부통령과 호르헤 지오르다니 재무장관에게 넘겼다. 그러나 귀국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대통령직을 넘기라는 야권의 요구는 거부했다.
그가 집권 13년 만에 처음으로 일부나마 권력을 이양하고 자리를 비우자 벌써 권력 암투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날 “차베스가 정상적 생활을 못할 경우 그의 측근 핵심세력들이 권력 투쟁을 벌이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 권력 후보군으로는 하우아 부통령, 차베스의 형 아단 차베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차베스는 브라질로부터 최고 수준의 항암 치료 제안을 받았으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평의회 의장과의 돈독한 관계 때문에 쿠바 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혼수상태?=호스니 무바라크(85) 전 이집트 대통령의 변호사 파리드 엘 딥은 17일 “대통령이 갑자기 쓰러졌다”며 “의사들이 그의 의식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담당 의사인 아셈 아잠은 “무바라크는 혈압이 낮아 어지럼증이 있을 뿐”이라면서 “혼수상태가 아니라 저혈압으로 의료진이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30년간 철권 통치했던 무바라크는 지난 2월 권좌에서 물러난 뒤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칩거해왔다. 지난 4월부터 부정축재와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무바라크는 조사 중 심장 발작을 일으켜 현재 병원에 연금된 상태이며, 다음 달 3일 그의 아들 알라, 가말과 함께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시민들은 “재판이 열리면 무바라크에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의 변호사가 동정 여론과 사면 가능성을 의식해 건강 상태를 부풀렸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집권 33년, 다시 돌아오는 살레=예멘 의회는 17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테헤란 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6월 3일 대통령 궁 안에서 반정부 부족세력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살레(69)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예멘 헌법 116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두 달 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을 경우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 따라서 살레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귀국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살레의 귀환 소식에 예멘 정국은 다시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살레는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 병상에서 지난 17일 집권 33주년 기념일을 보내야 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