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가 수익 더 챙겨” VS “정유사가 공급가 속여”… 기름값 고공행진 책임 공방
입력 2011-07-18 18:58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의 기름값 할인을 끝내자마자 일선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면서 정유사와 주유소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공급가를 낮췄는데도 주유소가 수익을 더 챙기려고 비싸게 팔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내린 것처럼 속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부는 판매가격이 비싼 500개 주유소를 골라내 조사하기로 했다.
18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보통 휘발유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지난 한 달간 꾸준히 내렸다. 주간 평균가격(세후) 기준으로 6월 셋째주 ℓ당 1784.18원에서 7월 첫째주 1761.75원으로 22.43원(1.3%) 떨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런 하락세는 국제석유시장 동향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제 석유가격은 국내 가격보다 1∼2주 정도 선행하는데, 싱가포르 석유현물시장에서 보통 휘발유 가격은 6월 둘째주 배럴당 평균 120.54달러에서 다섯째주 114.74달러로 5.8% 하락했다.
그러나 주유소 판매가는 거꾸로다. 보통 정유사 공급가격은 일주일 후 소매가에 반영된다.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은 6월 넷째주 ℓ당 평균 1918.42원에서 7월 둘째주 1927.34원으로 8.92원(0.46%) 올랐다.
17일 현재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평균 1937.18원으로 지난 7일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가 종료된 후 17.85원 올랐다.
지난 한 달간 판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업소는 에쓰오일 주유소로 ℓ당 28.22원 올랐다. 그 기간 에쓰오일 공급가격은 7.12원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오일뱅크는 공급가격이 11.61원 떨어졌지만 주유소 판매가는 24.79원 인상됐다.
정유사 공급가는 떨어졌는데도 주유소 판매가는 오른 원인을 두고 정유사와 주유소는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A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 판매가는 개별 업소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며 “주유소들이 비싸게 팔아 마진을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속이고 있다고 반박한다. 오피넷에 공개된 공급가격이 축소돼 있다는 것이다.
대한주유소협회는 6월 다섯째주의 경우 SK에너지의 보통 휘발유 평균 공급가는 ℓ당 1776.85원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주유소 매입가를 조사했더니 그보다 73원 비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6원, GS칼텍스는 17원의 격차가 났다는 것이다.
오피넷이 보여주는 정유사 공급가격은 정유사 스스로 계산한 것이다. 오피넷 운영 관계자는 “평균 공급가격을 산출할 때 보통 주유소보다 싸게 공급되는 직영 주유소는 빼라고 했지만 실제 지켜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상이 전혀 설득력 없다고 정유업계를 압박했던 정부는 최근 기름값 인상의 주범을 가리기 위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인상에 대해 서로 손가락질하는데, 과연 누가 옳은지 가격이 제일 높은 주유소 500개를 골라내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름값 상승 억제 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그 책임을 역시 정유소와 주유소에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