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대표 “한진重 사태, 균형있는 투쟁 필요”
입력 2011-07-18 18:28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8일 한진중공업 파업사태에 대한 ‘균형있는 투쟁론’을 내세웠다. 당 지도부 내 비주류 측이 보다 적극적이고 선명한 투쟁을 요구하자, 제1야당 대표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 농성 중인 85번 크레인 앞에서 개최해 황제경영자의 인권 침탈과 사설특공대 고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희망버스와 전면 결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야권 통합을 위해서라도 당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회사 측의 강제진압 저지를 위해 의원보호단을 현지에 파견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손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정리해고와 경찰의 강제진압, 용역을 동원한 사측 진압을 반대하는 당의 입장은 확실하다”면서도 “강하지만 절제된 투쟁,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용섭 대변인은 전했다.
손 대표는 “정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함께 호흡해주기 바란다”며 “당 대표로서 투쟁과 대화의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3차 희망버스 참가 요구에 불참 입장을 밝혔고, 정 최고위원이 제안한 현장 최고위 개최 문제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대신 의원보호단 파견과 경찰청 항의 방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 추진 등을 지시했다.
이 대변인은 “한쪽에서는 선명한 투쟁이 바람직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하니 대표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한진중공업 사태 개입 정도를 둘러싼 손 대표와 두 최고위원의 견해 차이가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노선투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 및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