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대선구도에 得안돼”-친이 “포퓰리즘과의 성전”… ‘무상급식 투표 여부’ 해법 골머리
입력 2011-07-19 00:30
한나라당이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 여부’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지 못해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히 급식 문제를 넘어서 차기 대선주자와 계파 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선뜻 밀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 격돌했다.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의원이 무상급식에 대한 당내 입장을 먼저 정하자고 제안했다. 지원 반대 입장인 유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먼저 합의를 도출하고 의원총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지원 찬성파를 몰아붙였다. 복지 확대를 주장해 온 쇄신파 남경필 최고위원도 부정적 의견을 내며 유 최고위원을 거들었다.
반면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은 당이 나서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나 최고위원은 “이번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될 꼭 필요한 성전”이라며 “책임 정당인 우리 당 이름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도 “당이 소극적으로 엉거주춤할 게 아니라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주민투표 자체가 복지공약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 대선구도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적극 지원을 주장하는 친이명박계는 오세훈 시장의 투표 추진 성공이 ‘포퓰리즘 반대 의제’를 선점하고,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눈치다.
당내 역학 관계가 얽히자 홍준표 대표도 쉽사리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가 단순히 급식을 넘어서 복지정책, 더 나아가 당내 정체성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인화성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표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의 거취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한나라당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원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오 시장으로부터 (주민투표 결과로) 진퇴를 결정할 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계파 문제를 떠나 까다로운 주민투표법 규정상 중앙당 차원의 지원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 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한창 휴가철인 8월에 주민투표 참가를 무슨 수로 독려하느냐”며 “당의 독려로 투표장에 간 사람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에 반드시 도장을 찍는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