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이송 ‘주먹구구’… 10명중 8명 꼴 의학적 판단 못받아 상태 악화
입력 2011-07-18 18:34
119 구급차를 탄 응급환자 10명 가운데 8명은 의학적 판단 없이 아무 병원으로나 이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작년 11월부터 3개월간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체계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우리나라 환자 응급체계가 환자 상태를 제대로 가려내는 기준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18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각 지역 소방방재본부는 응급환자 신고를 받을 경우 즉시 환자의 의학적 긴급 정도를 판단해 중환자용 또는 일반용 구급차를 따로 출동시켜야 하지만 이런 판단을 내릴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2008년부터 작년 9월까지 의사 등 전문가들의 구급차 이송 환자 502명에 대한 자문 내용을 확인한 결과 환자 435명 가운데 88명(20.2%)이 중환자용 구급차를 타지 못해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의학적 소견 없이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요구하는 병원으로 단순 이송된 경우도 무려 전체 이송 환자의 80%에 달했다.
감사원은 119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위급하지 않은 질병이었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9년 한 해 동안 관절염 재활치료 등 단순 질병을 이유로 구급차를 이용한 건수가 무려 2만2616건(전체 이송 환자의 29%)이나 됐다.
이와 함께 중증질환 진료 기관으로 지정된 특성화 병원 7곳 모두 해당 전문의가 외국 출장을 갔는데도 당직을 한 것처럼 허위로 기록하는 등 편법으로 수당을 챙겨온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