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막 내린 SBS ‘신기생뎐’… 끝까지 황당퍼레이드 이보다 막장일 순 없다
입력 2011-07-18 21:37
SBS 주말극 ‘신기생뎐’이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를 우려먹는 여느 저질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막장 행태’로 논란을 빚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로 빈축을 샀고, 종종 귀신이 등장해 실소를 자아냈다.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온갖 조롱 섞인 예측이 난무했다. 어이없는 내용이 반복돼온 만큼 마지막 편에선 UFO나 외계인이 등장할 것이란 우스개까지 나돌았다.
물론 이런 ‘기대’는 빗나갔지만, ‘신기생뎐’은 끝까지 엉망이었다. 마지막 편에서 단사란(임수향)의 양부모 단철수(김주영)와 지화자(이숙)는 등산을 갔다 벼랑에서 떨어져 뜬금없이 돌연사했다. 지난 10일 방송에서 귀신에 씌어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했던 아수라(임혁)는 이날 미래까지 예언했다. 그는 단사란에게 “(손녀인) 리아는 세계가 알아주는 성악가가 될 것이다. 두 달 있으면 태기가 있을 텐데 이번엔 아들이다”고 내다봤다.
이런 비상식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높았다. 28.3%(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였다. 자극적 장면을 늘어놓아 이목을 사로잡는 ‘막장의 힘’이었다.
‘신기생뎐’은 VIP만을 위한 최고급 기생집이 현존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드라마로 지난 1월 23일 처음 전파를 탔다. 제작진은 홈페이지에서 “(기생은) 사회·문화의 주도자였으며 전통예술의 계승자이자 사회 지도층의 동반자였다”며 “기생집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랑과 애환, 아픔을 둘러보며 사라져버린 문화적 자존심으로서의 기생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신기생뎐’이 보여준 모습은 이런 거창한 다짐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예컨대 지난 4월 10일엔 규율을 어기고 손님과 몰래 연애를 한 기생이 ‘멍석말이’를 당했다. 3월 12일 방송에서는 ‘빨래판 복근’을 가진 등장인물 복근에 실제 빨래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최근 방송에선 귀신이 아수라에게 빙의되는 모습이 자주 선보였다. 귀신 종류도 다양해 아기동자귀신, 할머니 귀신, 임경업 장군 귀신 등이 등장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같은 막장 행태에 강한 반감을 표시해 왔지만 제작진은 막무가내였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도저히 드라마라고 보기 힘들 만큼 어이가 없었다. 말초적인 구경거리만 늘어놓는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난다”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
해당 방송사인 SBS도 곤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SBS 드라마센터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에도 내용이 황당해 임성한 작가에게 수정 요구를 했지만 계속 반영되지 않았다”며 “임 작가와 맺은 40회 가량의 계약분에 대해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청자 민원이 빗발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기생뎐’의 SBS 담당자를 20일 불러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3일 “방송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왜곡된 상황 설정과 비윤리적·비현실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며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