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질그릇과 보배
입력 2011-07-18 19:18
고린도후서 4장 7절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 질그릇만큼 정감이 가는 그릇도 없습니다.
투박한 질그릇에 보리밥을 담아도 맛있게 보이고, 부침개를 담아도 고소해 보입니다. 요즈음은 질그릇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과는 달리 질그릇을 또 하나의 유행으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어느 날 요리 잡지를 들여다보니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독뚜껑을 깨끗이 닦아 뒤집어놓고는 푸른 연꽃잎파리를 살짝 삶아 펼쳐놓았습니다. 그 위에 보리밥 한 덩어리, 삶은 콩나물 조금, 된장, 고추장을 올렸습니다. 지인들을 초청해 시골의 정취를 함께 맛보고자 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오히려 질그릇이 세련됨을 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진이었습니다.
질그릇은 또한 연약함의 상징입니다. 전통그릇 중에서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그릇도 없습니다. 투박한 모양과 재질 때문에 함부로 다루었다가는 어느새 한 귀퉁이가 깨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고린도후서에서 바울은 인간의 연약한 육체를 바로 이 질그릇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작은 상처가 한 군데만 나도 피가 나게 되고 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손에서 놓쳐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나는 질그릇처럼 살이 터져나가기도 합니다. 조금만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하게 되면 감기는 물론이요,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의 생활이 정지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으로 인해 생명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건강 문제를 가장 최우선으로 꼽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좋은 환경 속에 살고 있어도 건강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영혼은 이와는 반대로 깨지지도 않고, 부서질 염려도 없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치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혼의 유지를 위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다 보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육체에만 온갖 투자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에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가 영혼의 병이 생기고 나서야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끊이지 않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계속해서 화를 내다 보면 영혼의 병이 시작됩니다. 더 나아가 영혼의 병은 우울증으로, 정신분열증으로, 자살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질그릇 안에 썩은 음식이 계속 담겨 있으면 곰팡이가 온통 그 안에 번지게 됩니다. 이와 같이 영혼의 병이 난 사람들은 육체까지도 병이 옮겨지게 됩니다. 하나님은 이런 상황을 두고 구약에서 무서운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그것 중 어떤 것이 어느 질그릇에 떨어지면 그 속에 있는 것이 다 부정하여지나니 너는 그 그릇을 깨뜨리라”고 레위기 11장 33절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아시는 하나님은 질그릇 같은 육체에 귀한 보배를 담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질그릇 같은 육체 안에 우리가 담아야 할 보배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깨지기 쉬운 육체이지만 예수님이라는 보배를 담으니 더할 나위 없이 귀하게 쓰이는 그릇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인간의 육체는 그저 한 덩어리 진흙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80원의 가치도 없는 한 덩어리 진흙으로 살다 죽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인생이 80년이라는 시간을 엇비슷하게 할당받았는데 80원어치의 가치도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연약한 육체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이 진리를 깨달은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보배를 담은 질그릇이 되어 그분과 같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김정아 목사 (서울 사랑하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