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창우 (14) “예수님 따르자” 선한목자병원 명명
입력 2011-07-18 19:17
2001년 말 120여명이 참석한 개원예배를 마치고 나니 첫날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환자가 찾아왔다. 아마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창립 예배 다음날 느끼는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주변에선 장인어른이 병원을 많이 도와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광림교회 성도 중 의사만 해도 수십 명이다. 너희들만 병원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 너무 티내지 마라.”
장인어른은 어떤 면에서 자식 문제에 있어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하셨다. 결혼 후 갓난아기를 데리고 집을 얻을 때도, 반지하방에서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내복을 몇 겹으로 껴입은 미국 유학생활에서도, 개원 후 매달 적지 않은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재정적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 대신 집중적인 기도로 후원해 주셨다. “선한목자라는 이름처럼 너희들이 목자 되신 예수님을 잘 따르며 병원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잘 하리라 믿는다.”
실제로 환자 중엔 광림교회 성도가 드물다. 충현교회에 출석하는 환자가 많다보니 내가 그 교회 교인인 줄 아는 분도 많다. 아내를 포함해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 목회자 자녀임에도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병원을 개원하고 첫 2년간은 국내선교만 집중했다. 해외선교를 위해선 병원 규모를 하루빨리 키우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첫 환자는 하나님께 서원하는 마음으로 2명의 환자를 무료로 수술해 드렸다. 충북 제천 서울병원 시절 출석했던 제천제일감리교회에 부탁해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두 분을 추천받았다.
개원 이래로 우리 병원이 철저하게 지키는 원칙 두 가지가 있다. 매일 오전 8시30분 아침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전 반드시 환자와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다.
‘최선의 서비스는 친절교육만으로 불가능하다. 하나님 말씀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오늘 병원에서 어떻게 환자를 돌볼 것인가, 어떻게 내 신앙을 적용할 것인가 사명감을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환자를 대하는 태도로 나타나게 돼 있다.’
그래서 개원 후 지금까지 간호사와 직원이 하루도 빠짐없이 예배의 제단을 쌓고 있다. 주일엔 광림교회 주일 예배를 방영하거나 온누리교회와 광림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를 인도해 주셨다.
수술 전엔 반드시 환자와 함께 이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오늘 환자가 원하지 않는 질병으로 수술을 받게 됐지만 성공적으로 마쳐지길 소원합니다. 이제 수술을 시작합니다. 저희 의료진도 최선을 다하겠으니 합병증이나 후유증 없이 수술을 잘 이끌어 주소서. 특히 환자가 수술을 잘 마치고 건강을 되찾아 기쁨을 회복하게 하시고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조직 폭력배를 제외하고 종교와 상관없이 환자 대부분은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의사에게 고마운 감정을 나타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사역을 돕는 데도 힘썼다. 어떤 면에서 농어촌지역 목회자들은 친자식보다 지역 어르신의 상태를 더 잘 아는 분들이다. 목회자가 현장에서 사역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뜻에 동감한 광림복지재단에서 절반의 재정을 댔고 우리 병원에선 시술과 인공관절 기구비를 댔다. 수술을 할수록 병원 입장에선 적자였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10년 동안 400여분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해 드렸다. 2004년 드디어 우리 병원은 꿈에도 그리던 첫 번째 해외선교에 올랐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