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애호가 사이엔 화제지만 주말드라마와 경쟁에선 아직… ‘톱밴드’ 분위기 반전 노린다

입력 2011-07-18 17:33


‘톱밴드’를 연출하는 김광필(58) KBS EP는 2006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드럼 학원의 수강생이 됐다. 쉰이 넘은 나이였지만 그는 젊은 시절부터 품어 온,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더 이상 묵혀둘 수 없었다. 2년 넘게 혼자 드럼을 두드렸다. 그러다 2008년 홍익대 한 클럽에서 만난 30, 40대 직장인들과 5인조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명은 ‘알 밴드’. 지금도 그는 이 팀에서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톱밴드’가 만들어진 배경엔 김 EP의 이런 숨겨진 개인사가 있다. 늦은 나이에 음악을 경험하며 느낀 희열, 자신처럼 밴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격려하고픈 마음이 이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그래서인지 ‘톱밴드’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우후죽순 생겨난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스타 탄생’ 같은 슬로건을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지원자들의 사생활을 들춰서 ‘억지 감동’을 주려는 시도도 덜하다.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이 제작한다는 점도 프로그램의 질감을 다르게 만든다.

김 EP는 “지원자 사연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고, 참가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두게 되면 국내 음악시장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톱밴드’에 출연하는 쟁쟁한 뮤지션들 역시 이 프로그램에 갖는 애착이 상당하다. 송홍섭 외에도 김도균 남궁연 신대철 유영석 정원영, 노브레인, 체리필터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나와 지원자를 심사하고 코치한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톱밴드’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시나위’ 리더 신대철은 “(참가자들이) 프로 뮤지션들만큼 연주력이 뛰어나진 않겠지만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켜왔다”며 참가 밴드들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톱밴드’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날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시청률은 아직 5% 안팎으로 저조하다. 토요일 저녁 10시대에 편성돼 MBC·SBS·KBS 1TV 등에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와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국 KBS 교양국장은 “스타주의를 지향하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톱밴드’는 다르다. 하모니를 부활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금은 드라마들 속에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지만 앞으로는 분명 드라마 장르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