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정책은 경제흐름 역행한 실패작… 4대강 공사, 일자리 창출 효과 거의 없어”

입력 2011-07-17 19:05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정대영 주임교수, 정부 정책에 쓴소리

“현 정부 초기 고환율 정책은 경제 흐름을 역행한 실패작이며, 4대강 등 토목공사 확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현직 한국은행 간부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환율상승 용인, 4대강, 부동산 경기부양책,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한울출판사)를 낸 한은 인재개발원 정대영(57·사진) 주임교수가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17일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는 가치관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치세력과 정책 당국이 반짝 효과만 있는 길,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선 금융위기 전후 정부의 경제정책을 도마 위에 올렸다. 정 교수는 2008년 초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유도한 정책(고환율 정책)을 “경제 흐름에 역행한 대표 사례이자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 실패작”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정책은 수출증대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물가 상승과 기업도산, 내수침체 등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도산하고 국내 자본수지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단행돼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MB노믹스의 핵심으로 불리는 감세 및 4대강 등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평가했다. 감세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와 저임노동자 등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미 건설투자가 과잉 상태에서 토목공사 확대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별로 없는 대신 재정상황 악화, 경제구조 왜곡 등 부작용이 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내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목공사 대신에 소형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늘렸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 교수가 책을 쓰게 된 데는 4년여 한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 때의 숙고와 경험이 바탕이 됐다. 정 교수는 “금융위기 전후 독일과 우리의 금융위기 대책을 연구하면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경제가 바로 섰으면 하는 생각에서 썼을 뿐”이라며 “최근 정부가 동반성장·친서민 정책 등을 쓰는 것은 그동안의 정책을 반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정 교수는 1978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 등을 지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