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호경] 손학규-강재섭 ‘역시나’ 무더기 訴취하
입력 2011-07-17 19:22
선거 때 경쟁 후보 간에 심각하게 벌어지는 소송전은 결국 ‘쇼’인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난 4·27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가 격돌했다. 최대 격전지에서 맞붙은 여야는 명운을 걸고 선거전을 치르는 와중에 상대측에 대한 고소·고발도 여러 차례 감행했다.
그러나 양측은 최근 보궐선거 중 발생한 민·형사상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선거도 끝나고 시간도 지났으니 서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며 “우리 쪽에서는 우선 강 전 대표에 대한 고발 취하서를 지난 13일 분당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유세 도중 손 대표가 공금 횡령을 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 비방죄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선거법 위반죄로 엄벌에 처해달라”고 중앙선관위에 촉구했었다.
이 밖에 선거 당시 한나라당 안형환·배은희 대변인과 민주당 김진표·주승용 의원 등은 “갈비집에서 식사 중인 유권자들의 식비를 대납해줬다” “명백한 날조이고 흑색선전이다” 등의 공방을 벌이다 상대측을 고소·고발했다. 양당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는 대로 소송전을 종식시킬 예정이다.
선거 때만 되면 사생결단식으로 서로 물어뜯으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송사를 다 털어버리는 게 정치권의 관례가 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면 당사자들은 ‘자기기만’에 빠져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중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권자들은 농락당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선관위나 경찰은 또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자기들끼리 시작했다 어물쩍 끝내는 ‘정해진 수순’ 때문에 매번 공명선거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하고 네거티브전이 활개를 치는 것은 아닌지, 각 당과 후보들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김호경 정치부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