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후보 절반이상… CEO·최대주주가 직접 추천

입력 2011-07-17 22:08


국내 금융회사 대부분이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후보의 절반 이상을 직접 추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경영을 감시·견제하는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보은 인사’와 ‘연줄 인사’를 통해 우호적인 인사로 채우면서 이사회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우호적인 사외이사들이 재생산될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 ‘上場(상장)’에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지배구조 이슈의 대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포함된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증권사와 생명보험사는 CEO가 100% 사추위에 참여했으며 시중은행은 83%, 은행지주회사는 80%가 참여했다. 또 CEO 또는 주요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를 사추위에 제안한 비율은 생명보험사 85%, 증권사 75%, 은행지주 54.17%, 시중은행 51.94%로 나타났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명시된 사추위를 경영진이 장악함으로써 오히려 지배구조 리스크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3월 사추위에서 이팔성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 7명을 추천했으며 사추위는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들 중 5명은 우리금융 감사위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장이 사추위 내 유일한 사내 인물이어서 추천을 담당했을 뿐 선임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올해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사추위가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3명을 은행장이 제안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이 회사 임원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연줄 인사’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국내 금융권 사외이사의 경우 책임은 적고 보수는 많은 ‘짭짤한 직책’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직 고위 공직자들도 대거 사외이사로 가고 있다. CEO들과의 인맥을 통해 자리를 옮기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연구위원은 “일단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 집단이 처음에 구성되면 향후에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성향의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사외이사로 뽑히게 된다”면서 “이렇게 사외이사 집단이 재생산될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오히려 증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추위에 일반 주주대표가 참여하거나 내부 인사를 배제하고 사추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차이배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이 사외이사 등을 추천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국민연금 같은 조직이 나서면 다른 연기금 등도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