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후보 경선 후 4년…물 먹던 친박계, 주류로 우뚝 섰다
입력 2011-07-17 21:45
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대선 예비후보 검증 청문회를 열었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선이 벌어졌던 당시 이명박, 박근혜 두 예비후보 간 갈등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도곡동 땅 차명재산 논란’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던 양측 캠프 인사들은 당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두 진영의 처지는 확실히 바뀌었다.
경선 패배와 2008년 총선 ‘공천학살’을 당하며 당내 소수파로 전락했던 친박계 인사들은 7·4 전당대회를 통해 주류로 화려하게 변모했다. 정책메시지총괄단장으로 캠프 핵심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공천 불이익이라는 친박계 우려를 대변해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홍 대표와 각을 세우는가 하면, ‘좌클릭’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서민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17일 “양극화 심화로 30∼40대 유권자층이 갈수록 진보성향으로 바뀌고, 야권연대로 내년 총선·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많은 친박계 인사들이 유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최다선(당시 5선)으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이던 홍사덕 의원 역시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안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의원은 최근 당 통일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캠프 대변인이던 이혜훈 의원은 사무1부총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가 당직을 속속 장악해가고 있는 셈이다.
각각 캠프 상황실장과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유정복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뒤 현재 친박계 외연 확장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공보특보를 지낸 이정현 의원은 여전히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다만 캠프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파동 이후 친박계와의 관계가 껄끄럽다.
반면 이명박 캠프 출신 인사들은 올 들어 ‘소계파’로 분화된 채 제 갈 길을 가는 형국이다. 캠프 실세로 이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정두언, 정태근 의원은 소장파와 함께 당 쇄신작업을 펴고 있다. 이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들도 원내대표 경선과 각종 현안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불협화음을 낸다.
캠프 좌장이던 이 장관은 4·27 재·보궐선거 이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장관과 가까운 초·재선 의원, 친이직계 의원들이 전대를 통해 재건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무위에 그쳤다.
이 장관은 8월쯤으로 예상되는 당 복귀 후 친이계 재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과의 전략적 제휴도 예상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