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널서 멈춘 KTX… 탈선·화재땐 대형사고 공포

입력 2011-07-17 21:49


고속철도(KTX)가 운행 중 차량 고장 등으로 멈춰 서는 일이 끊이지 않으면서 승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터널 속이나 교량 위에서 비상 정차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사고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내놓은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7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도 광명역 탈선사고 이후에도 KTX 고장이 잇따르고 있다. 차량에서 갑자기 연기가 발생해 열차가 교체된 게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발 부산행 KTX가 경기도 광명역에 진입하는 순간 5~6호 객차 사이 바퀴 부분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승객 700여명은 비상 열차로 갈아탔고 17분 늦게 부산에 도착했다. 15일 오전에는 서울발 마산행 KTX산천이 경남 밀양역 근처 교량에서부터 차량 내 누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승객 180여명은 밀양역에서 1시간가량 대피하고 있다가 무궁화호로 갈아탔다.

지난달 13일 오후에는 서울발 부산행 KTX가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선로 신호기 이상으로 10여분간 비상 정차하기도 했다. 사고 원인이 차량뿐만 아니라 선로에서도 발생하면서 KTX가 총체적 부실 상태에 빠져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KTX가 비상 정차하는 곳은 터널 속이나 교량 위인 경우가 많다. KTX가 지나는 터널 가운데 20.3㎞로 가장 긴 금정터널 속에선 올해 3번이나 멈춰 섰다. 이런 곳에서 차량 화재나 탈선 등이 발생하면 구조하기가 쉽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터널 속이나 교량 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빈번한 것은 산과 강이 많은 한국 지형의 특성상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터널을 통과할 때면 KTX 차량이 압력 변화와 진동, 미기압파(微氣壓波), 고주파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부품이 고장 날 확률이 커져 지형 탓으로만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KTX 비상 정차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안전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 4월 KTX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코레일도 지난달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방안을 내놨다. 차량과 선로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차량 부품 교체 주기를 짧게 하는 등 항공기 수준으로 안전 점검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KTX는 10여 차례나 비상 정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월 8건이던 KTX 고장 사례가 현재 월 2~3번으로 감소했다”며 “안전대책의 효과”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코레일은 KTX가 고장을 일으킬 때마다 사소한 잔고장쯤으로 취급하며 임기응변식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승객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