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교체론 배경은… “현 진용으론 남북관계 물꼬 트기 힘들다” 인식 확산

입력 2011-07-17 21:39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 외교안보라인 개편론이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현 정권 임기 중에 남북관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으로부터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다음달 8·15 광복절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기념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그 뒤를 이어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북관계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의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연스럽게 개편 대상으로 이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4명 모두 ‘남북관계 원칙론자’ 내지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들의 교체는 곧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변화의 상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개편론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지난 5·6 개각 당시에도 현 장관을 류우익 전 주중 대사로 교체키로 사실상 확정됐다가 막판에 현 장관 유임으로 결정됐다. 여기에는 류 전 대사가 대구·경북(TK) 출신의 이 대통령 측근 인사라는 점 외에도 ‘현 장관 교체가 북한에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류 전 대사는 통일부 장관 진출이 좌절된 뒤 사석에서 “남북관계는 원칙이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관계 개선도 중요하다. 갔으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 전 대사의 말은 여권 안팎에서 ‘남북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도 올 들어 원칙론에서 대화론으로 옮겨오고 있는 듯한 발언을 자주 구사해 왔다. 이 대통령은 1월 3일 신년 연설에서 “대화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했고, 3·1절 기념사에서는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5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내년 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비서관을 비롯한 매파들은 지난 4월 베이징 비밀 접촉을 통해 북한과 정상회담, 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져 있다. 물론 북한이 폭로했으나 큰 흐름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다만 천안함, 연평도 문제가 끝까지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이 두 사건을 풀지 않고는 대북 유화 정책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보수층이 만족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임기가 1년반 남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기조 변화가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최종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21~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의장성명에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넣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까지 북한을 압박해 궁지로 몰아넣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 당국자는 “(ARF 기간에) 북측과의 대화와 접촉을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전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