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부진 허덕… 투자금 국내로 U턴

입력 2011-07-17 18:31


해외 펀드가 수익률 부진과 자금 이탈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끈기 있게 회복을 기다리던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형 펀드 등으로 돌아서고 있다.

1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억원 규모 이상 해외 주식형 펀드 2102개의 설정액은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5조6363억원 줄어들었다. 30일 연속 자금 순유출 기록이다. 해외 펀드는 2009년 비과세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고 종합소득세가 적용되기 시작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올 들어 설정액이 늘어난 해외 펀드는 중국 본토와 북미 지역에 투자하는 단 2개 유형뿐이다. 최근 3개월 추이를 살펴보면 그나마 북미 지역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유망하다고 알려진 브릭스, 유럽, 대만, 일본 등 18개 유형별 펀드는 설정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올 상반기 해외 펀드에서 5조원이 넘는 돈이 빠지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5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해외 펀드는 수익률 성적도 마이너스 일색이다. 신흥 아시아 지역 125개 펀드(2.14%), 러시아 지역 49개 펀드(1.01%), 북미 지역 69개 펀드(2.67%)를 제외하면 해외 펀드는 연초 이후 작게는 -0.5%부터 크게는 -14%까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등 돌발변수에 따라 예기치 못한 코스피 조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4.82%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 펀드의 장기 침체 원인으로는 역시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꼽힌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확산되는 등 남유럽 재정위기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브라질·인도 등 주요 신흥시장 국가들은 물가 상승에 따라 긴축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JP모간자산운용은 2010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말) 기준 135억원 규모의 자본 잠식을 기록했다. 블랙록자산운용은 54억원,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은 43억원가량 자본이 잠식됐다.

해외 펀드가 부진을 딛고 상승 반전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해외 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심리가 나빠져 시장 탈출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서 해외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