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귀중품 빈집에 두고 가자니 꺼림칙… 보관업체에 맡길까
입력 2011-07-17 19:30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면서 좀도둑을 피해 귀중품을 개인물품 보관업체에 맡기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은행 개인금고와 달리 일반 업체의 보관함은 용량도 다양하고 대여비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원룸 등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귀중품을 맡길 곳이 없는 사람들이 이들 업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 대신동의 원룸에 혼자 사는 회사원 정모(32)씨는 이달 말 3주간 유럽으로 연수 겸 여름휴가를 떠나며 귀중품을 개인물품 보관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정씨는 17일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패물 등을 미리 사뒀는데,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이 휴가철 절도범의 표적이 된다는 얘기를 들어 불안했다”면서 “개인 업체는 보관비가 월 10만원 정도에 불과해 가격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한 보관업체를 찾은 이모(33·여)씨는 “두 살 된 아들을 데리고 일주일간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아무래도 빈집에 귀중품을 보관하는 것이 신경이 쓰였다”며 “7만원에 한 달짜리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지만 휴가가 끝나면 바로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는 현재 5개 정도의 업체가 개인 귀중품이나 이삿짐 등을 임시로 맡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철제함이나 0.99㎡(0.3평) 규모의 방을 개인에게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다. 대여 가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월 1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다. A업체는 박스 24개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월 14만원에 임대하고 있으며 B업체는 가로 90㎝, 세로 60㎝, 높이 1m 크기의 철제 보관함을 월 4만원에 빌려준다.
지하철 역사 내에 보관소를 마련한 업체도 생겼다. 지난 3월 영업을 시작한 ‘더 박스’는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 역사 내에 보관소를 마련했다. 개장 시간은 지하철역의 운영시간과 동일하며 6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운영시간 외에는 역내 보안 인력과 함께 외부 업체가 이중 보안을 맡고 있다.
개인물품 보관업체 관계자들은 휴가 시즌을 앞두고 귀중품을 맡기려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마승철 더박스 사장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예약률이 매우 증가했고 문의 전화도 지난달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좀도둑에 대한 걱정 없이 휴가를 편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현재 예약률이 20% 정도 늘었다”면서 “절차와 비용 모두 부담스럽지 않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