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고 금지약물 걸리고… 女월드컵 북한5명 수난 “한약 잘못사용 탓”

입력 2011-07-17 18:0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참가한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이 스테로이드계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두 명의 선수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출장이 정지됐고, 나머지 선수들도 조사한 결과 추가로 3명이 양성반응을 나타냈다고”고 말했다.

수비수 송종순과 정복심은 예선 두 경기를 치른 후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마지막 경기에 출장이 정지됐다. FIFA는 나머지 세 선수가 누구인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블래터 회장은 “최악의 약물 사건이다. 매우 충격적이다”라고 북한을 비난했다. 여자 월드컵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소속이던 디에고 마라도나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이후 FIFA 주관 대회에서 약물 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북한 대표팀은 사향노루 분비물이 포함된 한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스테로이드 물질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회 전 벼락을 맞은 부상 선수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것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패한 후 정복심 등 북한 선수 몇 명이 지난 6월8일 훈련 도중 벼락을 맞아 부상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FIFA는 징계위원회에 이들을 회부할 예정이며, 해당 선수들은 최대 2년간 출전 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미국과 스웨덴에 패하고 콜롬비아와 비겨 1무2패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 선수 외에도 콜롬비아 선수 한 명도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는 등 이번 대회에서만 6명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대회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