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노래들로 관객 사로잡아 볼까”… 2011년 여름 ‘주크박스 뮤지컬’의 유혹

입력 2011-07-17 17:24


귀에 익은 멜로디, 낯익은 가사대로 따라가는 줄거리. 늦여름 뮤지컬 시장의 특징은 ‘아는 노래들의 향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인기를 얻은 곡들로 뮤지컬 음악을 구성한 일명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속속 개막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주자는 다음 달 30일 개막하는 신시컴퍼니의 흥행작 ‘맘마미아’다. 2004년 한국 초연 후 이제까지 120만 관객을 모은 제작사의 효자 상품이다. 영국 록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만으로 음악을 구성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명사다. ‘맘마미아(Mamma Mia)’를 비롯해 ‘댄싱 퀸(Dancing Queen)’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등 아바의 명곡들은 뮤지컬 흥행과 함께 2000년대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대중가요 히트곡들로 음악을 구성한 국산 창작뮤지컬도 잇따라 제작됐다. 다음 달 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팝아트홀에서 공연될 예정인 ‘스트릿라이프’는 DJ DOC의 22개 히트곡들로 꾸며졌다. ‘DOC와 춤을’ ‘여름이야기’ 등 귀에 익은 곡들이 무대를 채울 예정. CJ가 제작하고 DJ DOC멤버 이하늘이 직접 음악작업을 맡았다.

‘난타’ 제작사 PMC도 1990년대∼2000년대 히트 가요들로 음악을 구성한 ‘늑대의 유혹’을 제작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H.O.T부터 소녀시대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그룹 가요사’를 장식하는 히트곡들이 펼쳐진다.

‘늑대의 유혹’은 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인터넷소설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더구나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제국의아이들 멤버 형식 등 아이돌 그룹 스타들이 캐스팅됐다. 여름방학을 앞둔 이달 14일부터 공연돼 10대 청소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흥행에 성공한 뒤 9월 초부터 재공연에 돌입하는 ‘친정 엄마’도 남진의 ‘님과 함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승철의 ‘소녀시대’ 등으로 음악이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성행은 ‘맘마미아’의 성공이 불러온 세계적인 현상이다. 뉴저지 출신의 4인조 그룹 포시즌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그린 ‘저지보이스’는 맘마미아 이후의 주크박스 뮤지컬에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며 진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창작뮤지컬의 경우 2004년 초연한 ‘달고나’가 롱런하면서 국산 주크박스 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등 주옥같은 명곡이 가득한 작품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제작 붐을 가져온 건 올 상반기 이영훈 작곡가의 대중가요 명곡들을 모아 선보인 ‘광화문 연가’가 거둔 대중적 성공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화문 연가’가 높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 덕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남짓 생소한 멜로디만 듣는다면 관객은 아무래도 지치기 마련이다. 친숙한 노래를 통해 관객은 뮤지컬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제작진은 흥행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완성도에 대한 고민 없이 이야기 구조를 음악에 끼워 맞추는 식의 제작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저 귀에 익은 노래를 모아 이야기에 짜 맞추는 것은 ‘맘마미아’의 아류에 불과한 것”이라며 “최근의 창작뮤지컬 중에서는 양희은의 명곡을 모아 그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어디만큼 왔니’ 등이 새로운 형식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