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매몰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입력 2011-07-17 17:37

기록적인 강우량의 장맛비가 전국을 훑고 지나갔지만 우려했던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 대량 유출이 예상을 빗나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각 지방자치단체는 침출수 유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장마에 과연 침출수 유출이 있느냐 없느냐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몇 곳을 제외하고는 예상처럼 대규모 침출수 유출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장맛비가 그치고 이번 주부터 불볕 더위가 시작된다는 기상 예보지만 지역적 폭우나 집중호우는 예고 없이 내리기 때문에 관계당국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장마철 폭우로 매몰지 인근 지반이 약해져 산기슭이나 하천변 등에 조성된 매몰지가 무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장마기간에도 강원도 원주시는 부론면 정산리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을 확인하고 매몰지에 집수정을 설치하는 등 보강작업을 벌여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17일 충북 충주시 앙성면 저전마을 뒷산 매몰지에 돼지 비계가 녹아내린 기름 덩어리가 썩어 냄새가 심하다는 민원에 당국이 이전 작업을 시작했다.

침출수 유출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던 것은 매몰지 선정 단계에서 환경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지자체가 지침보다 강화된 매몰방식을 사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또 침출수 유출이 예상되는 지역은 장마 이전에 이전 작업을 완료하고 매몰지마다 책임공무원을 배치해 수시로 함몰 여부를 점검하는 등 감시를 강화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100년 넘게 낙동강을 지켜온 호국의 다리가 불어난 강물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지만 4대강 사업에 따른 홍수피해도 예상보다 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설작업을 꾸준히 벌여 강바닥이 많이 내려가는 바람에 범람이 예년보다 훨씬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대형사고는 예고 없이 오기 마련이다. 유비무환의 마음가짐으로 긴장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