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결국 두손 올해 물가전망 4%로 상향… 고물가 ‘고착화·장기화’ 가능성
입력 2011-07-15 22:59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물가 상승세가 확산되는 등 인플레이션이 구조화·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의 상한선인 4%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은 선진국 등의 경제회복 강도 둔화 등을 반영해 더 낮췄다.
◇내년에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역전=한은은 15일 발표한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월보다 0.1% 포인트 올린 4.0%로 수정했다. 4%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3%)의 상한선이라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껄끄러운’ 수치이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4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 커졌기 때문에 연간 물가전망을 0.1% 포인트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경기분석력을 갖고 있는 한은이 다른 연구기관과는 달리 ‘나홀로’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말 정부가 내놓은 물가 상승률 전망과 같은 4.0%로 조정한 것과 관련해 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물가 불안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3.4%로 낮아지겠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물가 오름세 자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 국장은 “내년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3.3%로 예상했지만, 여기에는 올 상반기 물가가 크게 뛴 데 따른 기저효과가 0.5%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제거하면 내년 실제 물가 상승세는 3.8% 정도가 돼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내년 전망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률 역전 현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예상되는 데 비해 일시적인 공급 충격 등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3.7%로 오른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이 커져 물가 상승세가 만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뒤늦게라도 한은이 올해 물가전망을 4.0%로 올린 것은 바람직하다”며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정상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은 정부보다 보수적=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4.5%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4.5%)보다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올 상반기 3.8%에서 하반기 4.7%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상반기 5.1%, 하반기 4.0%로 ‘상저하고’ 현상을 보이며 올해보다 4.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는 올해 3.3% 증가, 전망치(3.5%)보다 폭이 줄어든 반면 설비투자(7.5%)와 상품수출(12.8%)은 예상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소비(4.2%)가 더 진작되는 대신 투자(6.3%)와 수출(9.4%)은 상승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