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내린 한나라… “권재진 불가” 요란했지만 별 저항없이 수용

입력 2011-07-15 18:29

“한나라당이 그렇지 뭐….”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정태근 의원은 뼈있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정 의원은 당내 쇄신파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은 청와대가 제안한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를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했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권 수석 기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의총에 참석한 의원 중에서도 반대보다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당초 의총에서는 권 수석 기용을 두고 뜨거운 찬반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민본21’ ‘새로운 한나라’ 등 소장·쇄신파 의원들은 권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설이 제기되자 곧바로 절대 불가 입장을 내놨고, 의총 소집까지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전날 집중적으로 이뤄진 청와대의 설득에 의원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의총은 전체 169명 의원 가운데 63명이 참석해 시작부터 다소 썰렁했다. 홍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장관 또한 대통령의 참모이며 대통령과 보조를 같이하는 행정부 구성원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주자”며 분위기를 잡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도 발언자로 나선 13명 중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주광덕 의원 등 4명만이 권 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했고, 나머지 9명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권 수석의 업무능력을 봐도 이번 인선은 타당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이은재 의원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를 하기 전에 미리 의총을 열어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에서 가장 큰 잘못이 고소영, 강부자 내각 등 인사 아니었나”라며 “지난해 지방선거 등에서 민심을 확인했는데도 (이런)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아직도 민심을 모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