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고독사

입력 2011-07-15 17:48

‘노인 1명이 쓰러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정신의 지문으로 세워진 도서관을 바라보듯 노인들의 연륜이 ‘아름다운 전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젊음에 대한 예찬을 하기에 바빠서 늙음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우도 못할 만큼 인색했던 것 같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현실은 너무나 쓸쓸하다. 세계에서 고령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경우, 친구나 친척 관계가 끊긴 상황에서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한 해 동안 1만5000명 발생한다.

일본 사회에서 고독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개발된 전기보온병 ‘아이 포트’(information pot의 줄임말)가 잘 팔린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무선 송신장치가 장착된 아이 포트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포트에서 물을 따르는 활동이 없으면, 사용자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준다. 이는 과학의 편리함을 활용한 듯하지만 사실 안부전화조차 하지 않는 단절된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 전기보온병이 개발된 것도 ‘교토 모자 아사 사건’ 때문이었다. 1996년 교토 도심 주택가에서 77세 노인과 41세 장애인 아들이 아사한 지 20일이나 지난 뒤에야 발견돼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 후 2001년 조지루시사가 아이 포트를 개발한 것.

‘고독사’는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2010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414만2000가구로 5년 전과 비교할 때 30.6%나 급증했고 그중 70세 이상 1인 가구는 79만3000가구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2010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연령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는 174명이 숨진 뒤 연고자를 찾지 못했거나 연고자가 시신을 포기한 ‘고독사’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노년기는 자아를 통합하고 삶을 정리해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과업이 주어진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자식의 유무와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떠날 수 있도록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