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한·미동맹 이간질하려 하나

입력 2011-07-15 17:56

천빙더(陳炳德) 중국군 총참모장이 중국을 방문한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군사동맹인 미국을 대놓고 비난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결례를 저지른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김 장관을 향한 그의 대미 비난 발언은 단순한 결례를 넘어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의 약화를 의도한 것이거나 더 나아가 미·중 갈등 구조에서 중국 편으로 선회할 것을 우회적으로 종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그는 미국을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힐난하면서 주한미군 이전 문제를 들먹이며 “동맹국 한국도 많은 말을 미국에 하기 힘든 사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동맹국이라면서 그렇게 불편한 관계를 왜 유지하고 있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이게 현재 한국 대외정책의 주요한 한 축으로서 세계에서도 유례없을 만큼 강력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면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천 총참모장의 발언이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간접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 각축에 진입한 중국이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더 적절해 보인다. 만만찮은 저력을 구축한 한국은 중국 입장에서 미·중 갈등이 악화될 경우 여차하면 우환이 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벌써부터 한·미동맹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가령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때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은 역사의 유물’이라고 폄훼했다. 천 총참모장의 발언도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서 이상하지 않다.

그는 또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간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처리할 때 인내심을 가지고 전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말함으로써 한국도 북한에 그렇게 하라고 넌지시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대만이 중국의 인구밀집지역에 포격을 가해 인명을 살상했더라도 그럴 수 있을까. 정부는 중국의 결례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영향권에 끌어들여 좌지우지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