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윤리 근간을 갉아먹는 떡값 로비
입력 2011-07-15 17:51
저축은행 연루 공직자 비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엄정해야 할 사정기관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의혹이 줄줄이 나와 충격을 주더니 명절 때마다 주기적으로 돈을 받은 정황까지 드러났다.
부산저축은행이 임직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놓고는 고위 공무원들에게 100만∼200만원씩 수십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린 정황이 담긴 자료를 금융감독원이 확보했다고 한다. 곧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에 제출될 자료에 따르면 이 계좌에서는 2007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명절 때마다 총 수억원이 인출됐다. 자금은 저축은행 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달된 정황이 있다는 게 특위 위원의 지적이다.
지난 3월 15일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된 이래 목불인견의 비리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김종창 금감원장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금감원 전직 국장, 팀장, 수석조사역이 줄줄이 구속됐다. 감사원의 은진수 감사위원과 금융위의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도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방국세청 관리에다 인천시청 사무관, 방송기자까지 부산저축은행의 먹이사슬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다른 저축은행 수사에서도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2명이 기소됐다.
이런 형편이고 보면 명절 떡값은 로비 축에도 끼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떡값을 선뜻 받아드는 안이한 의식은 수억원을 받는 비리 못지않게 위험하다. ‘명절 선물 정도야’라는 식의 안일한 인식은 공직 비위를 양산하는 토양이 된다. 더욱이 이런 공직사회 분위기는 사회 전반에 부패 풍조를 만연시키는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연봉이 적지 않고 재산도 부족하지 않은 사회지도층이 줄줄이 저축은행의 돈에 녹아내린 것은 로비가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이며, 집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공직자들의 청렴 의식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직윤리가 우리 사회윤리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