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줄이 이어지는 여당 대표의 말 실수
입력 2011-07-15 17:53
‘정치인 홍준표’는 다변이자 달변이다. ‘모래시계 검사’인데다 조그만 스캔들에도 연루되지 않은 확실한 자기관리, 그리고 어느 계파에도 몸담지 않아서인지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 인터뷰나 연설할 때도 원고 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한나라당 대표가 됐지만 이런 기질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안 주겠다”는 취임일성은 친박과 친이계 반발을 사 당을 요동치게 했다. 계파 간 다툼이 한나라당 지지도 상승의 발목을 잡는 하나의 요인이라는 건 맞다. 하지만 ‘공천’까지 거론하며 계파를 인위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은 부적절했다. 얼마 전에는 방송에 출연해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말이 ‘착취’라고 했다. 여당 대표로서는 입에 담기 힘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원색적 표현이다.
그제 여기자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은 정말 경솔했다. 삼화저축은행 자금이 홍 대표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는 야당 주장을 확인하려는 여기자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야?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허황된 얘기여서 발끈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민망한 발언이었다. 급기야 그는 어제 공개 사과했다.
이렇듯 말은 침묵과 달리 종종 화를 부른다. 홍 대표 전임자인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가 ‘룸살롱 자연산’ ‘보온병 포탄’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것이나, 다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잇단 설화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은 것은 대표적 사례다.
말 많이 하기를 좋아하는 홍 대표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충우돌하는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다. 더 나아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이전에 홍 대표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홍 대표 체제로는 선거 치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당 내에 확산되면 공천권 행사도 물 건너갈 것이란 얘기다.
홍 대표는 가급적 즉흥적인 발언을 삼가고 정제된 표현들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 홍준표’와 ‘거대 여당 대표 홍준표’는 달라야 한다. 여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