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지전’ 주인공 강은표 役 신하균 “내 연기, 모든 장면서 아쉬움 남아요”

입력 2011-07-15 17:34


배우 신하균(37)은 겸손했다. 그는 유명 배우라기보다 평범한 이웃집 총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고지전’의 주인공 역할을 해낸 신하균을 만났다.

그에게 우선 자신을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묻자 그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뜸을 들인 뒤에야 그는 슬쩍 웃어 보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전 매우 평범한 사람이에요. 굳이 표현하자면 평소에는 일반인이고, 촬영할 때에만 영화배우이랄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어떤 사람 혹은 어떤 배우라고 여긴 적은 없어요. 또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이게 잘못된 건 아니겠죠?”

‘고지전’에서 신하균은 남과 북이 휴전을 앞두고 치열한 교전을 벌이던 1953년 2월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의 ‘악어중대’ 내부에 적과 내통하는 자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방첩대 중위 강은표 역을 맡았다. 신하균이 군복을 입고 영화에 출연하기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와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3번째다.

그는 6개월에 걸친 촬영 기간 추위와 싸우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걱정이 많았어요. 산을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엄동설한에 총 들고 산을 뛰어 다녀야 하니 앞이 까마득하더라고요. 이전에 군복을 입고 영화를 찍을 때에는 이처럼 리얼한 전투신이 거의 없었거든요. 너무 추울 때에는 그저 작열하는 태양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만 수도 없이 해가며 견뎠습니다.”

신하균은 추위 못지않게 강은표 역할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기간이 길어 내면 연기의 수위를 유지하기가 까다로웠고, 배역의 성격을 잡아나가는 일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악어중대원이나 북한군 등 다른 배역들은 대부분 뚜렷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강 중위는 정체가 불분명하면서도 관찰자적 입장에서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니 부담이 됐습니다. 심지어 촬영장에서도 ‘내가 오늘 뭘 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배역의 성격에 대해 의견을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신하균은 지난 11일 언론 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접하고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조금씩 부족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장면에선 너무 상황에 몰입해 감정이 과하게 표출되기도 하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꼭 표현해야 할 것을 놓치기도 한 것 같다”며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모든 장면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나마 격렬한 전쟁영화인만큼 제 부족함이 많이 가려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신하균은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배우는 작품이나 감독을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죠.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도록 저를 항상 자유롭게 놔두고 틀 안에 가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앞으로도 쭉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 같아요.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요. (웃음).”

‘고지전’은 15세 관람가로 20일 개봉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