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는 교회문화재 교인들 열정이 살려

입력 2011-07-15 16:06


[미션라이프] “1931년 건립 이래 충청지역 선교의 중심역할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상당 부분 파손되었지만 남아 있는 벽체, 굴뚝 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보수하는 등 교회건축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하게 되었다.”

지난달 20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공주제일교회 문화재 등록의 이유다. 당시 공주제일교회의 위상, 예배당 건물의 문화적 가치를 높게 본 것이다. 하지만 공주제일교회의 문화재 등록엔 교인들의 남다른 교회 사랑이 주효했다.

사순절 기간이던 지난 4월 초 문화체육관광부. 이 교회 김준태 장로(공주대 교수)는 문화재위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김 장로는 공주제일교회의 교회사적 의의와 문화재적 가치를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이 교회를 보존하지 않는다면 선조들은 물론 후손들에게도 죄를 짓는 것이다.” 문화재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공주제일교회의 문화재 등록을 지지했다. 사순절 기간 공주제일교회 전교인들이 교회의 문화재 등록을 위해 특별 기도회를 가졌다. 공주대 교수인 김 장로는 “1970년대부터 교회의 박물관화를 위해 기도했는데 이제야 응답이 됐다”며 감격해했다.

실제 김 장로를 비롯한 교인들은 40여년 전부터 공주제일교회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그 중에는 교회 종탑, 붓으로 쓴 당회 회의록, 감리교 선교사들이 쓴 영문 소식지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공주제일교회를 설립한 샤프 선교사의 부인 사애리시(Alice H Sharp)가 류관순 열사를 수양딸로 삼아 샤프 선교사가 설립한 공주 영명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3·1 만세운동도 지원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자료들은 전문 사가(史家)들도 견학을 하거나 인용할 만큼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주제일교회는 기존 예배당 바로 옆에 새 성전을 건축 중이다. 기존 예배당을 헐면 땅값도 아끼고 훨씬 큰 예배당을 지을 수 있지만 문화재 등록을 위해 포기했다. 1953년 한국전쟁 당시 파손됐을 때도 예배당을 헐고 새로 짓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보존한 데는 문화재적 가치를 더 높게 봤기 때문이다.

공주제일교회 새 성전은 내년 부활절 이전에 완공할 예정이다. 새 성전 건축과 때를 맞춰 공주 기독교 역사관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공주제일교회 역사박물관과 영명학교를 잇는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 조성계획도 수립했다. 이 사업의 의미를 높게 본 문화관광부는 20억원을 지원했다.

공주제일교회 윤애근 담임목사는 “공주 기독교 역사박물관은 전통문화와 현대의 디지털이 함께 만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앙 선배들의 눈물과 피의 순교 정신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션라이프 공주=글·사진 김성원 kerneli@kmib.co.kr